보트의 최적화에 대하여..
오늘 한 커뮤니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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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씨 입니다.
지난번 사단난 이후 오랫만에 글을 남깁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시끌시끌하네요.
다른 부분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는 적어봐야 의미가 없을것 같고
보트의 최적화에 대한 간단한 견해를 남길까 합니다.
저도 불과 5년쯤 전에는 중국에서 이런저런 생산을 진행하면서 짬을 내서 보트 공장에도 다녀보고..
보트를 만들어 온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이런식으로 보트를 만들어 온다면 정말 누구나 다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었지요.
사실 그런 생각이 제가 콤비를 손대지 않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허나.. 그 뒤로 보트에 대해 공부를 좀더 해보고.. ( 꼭 공부를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론적인 기반이 머리속에 없어서는 안되겠다고 절실히 느껴 공부를 해야 했지요.. )
또 몇몇 FRP 보트를 들여와 세팅해보기도 하고 하면서 보트란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특히 구조상 콤비보다 어려운 FRP.. 더구나 더 난해한 쌍동으로 방향을 잡아 스스로를 더 어려운 나락으로
몰아놓은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정말 보트라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하고 생각했고
한때 몰드를 자체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지우고 해외의 보트를 들여오기로 한 것이지요..
제 역량으로는 도저히 선체를 만들고 개량하고.. 상품으로서 가치를 지닌 몰드를 만들 수 없다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좀더 비싸고 제 입장에서 좀더 돈이 덜 되지만 모든 면에서 기 검증된 보트가 필요했습니다
리빙스턴은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여기에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튼..
제가 그렇게 테스트용 보트를 들여다 놓고 4~5개월간은 시운전 시승만 하고 다녔는데요..
저도 이 배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몇번의 시행착오 속에 저는 나름 스펙을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처음엔 틸러로 다녔지요..
리모트 세팅에 들어가면서 정말 미칠뻔 했습니다. 자잘하게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잡는데
( 물론 지금도 100%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좀 요령이 생겨서 덜하기는 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보트에 대해 출고전 시운전을 제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손님에게 서비스 정신.. 이런 미사여구를 붙일게 아니라.. 정말 쌍동이란것이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문제들이 있었고 몇몇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뛰어다니다 보니... 어설프게 보내봐야 하자가 생기면 또 일이기 때문에
겁이나서 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요..
더구나.. 제 작업장이 물과 동떨어진 산속에 있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시운전 한번 하려면 하루일입니다...
하여 어지피 하는 시운전 특히 초기에는 플롭을 8장씩 들고 다니면서 플롭맞춤도 일일이 하면서
그에 상당하는 비용을 청구하였습니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손님께서 납득해 주셨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 기꺼이 인정해주신 선주분들께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일전에 제가 미국에 간 적이 있지요.. 미국 본사의 사람들이 제게 묻더군요..
" 너는 어떤엔진을 쓰고 있니? "
" 손님들이 가격을 부담스러워 해서 대부분 중고를 써.. "
" 그럼 어떤 메이커의 중고엔진을 쓰니? "
" 응..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다.. "
라고 하니.. 저보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작은 배라도 그만큼 배가 예민하기 때문에 엔진세팅하기가 어렵고
하나로 통일하지 않으면 매번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어느정도 성능을 예상할 수 있는 새엔진이 아닌 거의 중고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달 때마다 매번 다릅니다. 뭔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수정수정.. 끝이 없습니다.
선주님은 납기를 독촉하고.. 더구나 약속한 날짜 턱걸이로 시운전을 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정말 머리속이 터질것 같지요..
사실 배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판매자가 맞습니다. 이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신상품이 들어왔을때.. 출시 전에 테스트, 시운전, 먼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스펙이 이미 정해져있는 보트를 들고 오는 입장이니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적지만
원가 만들어 오는 .. 뭔가를 변경할 수 있는 입장에서는 업체가 출시 전에 먼저 여유를 가지고 문제점을 개선하는것이
여러모로 쌍방에 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린업체들이 좀더 여유가 있고 규모가 있었으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텐데.. 사실 한달한달 넘기기위해 허덕이는 업체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여러 이유에서 밀어내기를 해야 하는.. 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좀더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여건이 개선되고.. 업체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일하는 입장에서 특히 국내 사정상 부착하는 엔진의 60% 이상이 중고인 실정에
모든 케이스에 쪽집게처럼 문제를 예상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이 점은 모노헐이던 쌍동이던 똑같습니다.
하여 이러한 검증을 위한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 선주님들께서 인정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다.. 해서 드리는 말씀은 아니구요. 그런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시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도 꽤 많이 보여서 드리는 부탁의 말씀입니다..
또한.. 업체마다 쪼아야 빨리 된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개별적 부분까지는 논외로 했으면 합니다.
아직 여러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그래고 보팅이력이 오래되신 분들께서는 기억하기는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중국 수입콤비들 380 ~390 정도 되는 사이즈가 보트쇼 특가라고 헐만 7~800에
팔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구입하시는 콤비보트의 가격들은 상당히 조정되어있는 가격입니다.
오늘 욕을 먹은 업체를 포함한 여러 업자들의 도전(?) 과 경쟁들 속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지금도 보트들은 계속 개선되어지고 있고 회자되는 이런저런 문제들은 발견되고 개선되는 사이클을
계속 거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레저보트들.. 특히 지금은 대중화되어가고 있는 콤비들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를 생각하면 그 이력은 불과 5년도 되지 않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내수시장과
긴 역사..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구미 시장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뭔가를 개선하고 뽀개고 새로 만들고 하려면 소비가 되어 개발에 투자를 할 수 있을정도의 이윤을 창출해
주어야 하는데 솔직한 견해로 국내 레저보트 소비시장의 규모와 현재의 수익구조 등을 생각해 볼 때
중소업체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 같습니다.
그런것도 못한다면 망해라!! 라고 하시면 드릴 말씀은 없지만 아무튼 누군가는 해야 하는 혹은 할 일이고
그러한 일들을 아주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업체는 정말 극히 드물것이라 생각합니다.
업을 하고 있는 제가 이런 글을 쓰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잘못된 것을 지적하실 때는 지적하셔야 하고 지출한 만큼 요구하실때는 분명하게 요구하시되
무언가 일을 하는데 있어 그 일을 하는 사람도 똑같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들을 감안해 주시고
업주나 선주나 조금씩 양보하여 협의하신다면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