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를 위하여

보트 선형의 이야기 4.. 보트설계의 철학

라덴氏 2012. 9. 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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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氏 입니다. 


그간 시간이 많이 흘렀죠.. 


시간이 너무나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본직에서 많은 압박을 받기도 하고... 실적이 안좋으니 그렇겠죠. 


집안일 하고 12시에 자면 아침에 5시기상해서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 짬짬이 글을 씁니다...



원래는 지난시간에 이어 롤링이나 기타 여러가지를 말씀드릴까 했었는데 원래 맨 마지막 편이 되었어야 할 이야기를 


먼저 끌어다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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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에 깃든 철학.


 철학.. 저는 철학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국어사전에 찾으면 둘중 하나에 이렇게 풀이하고 있죠.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세계관신조 따위를 이르는 .


저는 각 선체에도 철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설계한 사람의 철학입니다. 


각 메이커.. 설계자.. 등의 지역적 특성.. 역사적 배경.. 산업적 특성.. 시행착오로 부터 얻어진 


" 내가 생각하는 배는 이것이다 " 라는 설계관? 아무튼 일관된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아웃보드나 선형에 대해 이런저런 글을 기고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선체를 보고 선체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 "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쁜것을 가리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죠.


왜일까요?


제가  수 차례에 걸쳐 말씀드렸듯... 우리가 엔진을 돌릴 때 휘발유의 폭발에서 나오는 근원적 에너지는 


다르지 않고.. 선체는 그 에너지를 어떤 식의 운동에너지로 변환시키느냐의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가 유한한 만큼 물에 떠있는 배는 항상 모든 요소가 제로섬 인 것이죠. 


어느쪽이 유리하다면 어느쪽에서는 손해를 보아야 하는.. 


때문에  다만 " 강화한 부분이 나의 목적에 맞는가.. 약화된 부분이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인가.. "


이것은 엄연한 선택의 문제인 것이죠..


단.. 작은 배로 먼 바다를 나갈 수 있나요?... 라는 식의 안전에 해당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기로 합시다.


아무튼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항상 중립적인 시각에서 배를 이해하고 보시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제가 글을 쓰는 제 1의 의미가 될 것입니다.  





보팅의 여건 상 나타나는 특성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일단 FRP를 기준해 보면 흔히들 일본배 / 미국배를 많이 구분합니다. 


베리라이너 카프리(런어바웃), 트로피 (CC, WA), 보스턴 훼일러, 씨레이 등의 보트가 많이 유통됩니다. 


일본배는 단연 야마하가 압도 적이고 지금은 잘 나오지 않는 닛산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 아이들은 일단 같은 길이로 비교하자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지요. 






     ( 베이라이너 트로피 1703 건조중량 800kg 정도입니다. )


일단 선폭이 넓고 FRP 적층 두께가 두꺼워서 튼튼하고 무게가 상당히 나갑니다. 


동급 일본배 대비 건조중량이 2배 정도 차이가 나죠.. ( 트로피 17' - 800kg / SRV 17 - 350 kg )


그럼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일단 질량차로 인해 웬만한 파도는 그냥 쪼개면서 갈 수가 있고..


쾌적한 승선감에 롤링영향도 적습니다. 선폭이 넓으니 낚시하기도 좋구요. 선저공간도 넓게 빠집니다. 


실은 배가 무거우니.. 여부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렇게 만든 것입니다만.. 


이야!!   미국배가 정말 좋은 배로군요 !!  하지만 과연 이것뿐일까요?..

 

말씀드린바와 같이 바다위에서 배라는건.. 제로섬 게임이라고 했지요.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미국배들은 엔진이


상당히 크게 올라갑니다.  각각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마력수로 보자면 2~2.5배는 크게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배값도 상당하고.. 결국 초기투자금이 상당히 많이 들게 되어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배라는 것도 투자의 대상이고 자산이 되니 


돈이 들어가는 만큼 나중에 받을 수 있다...  저는 물음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배 되팔때 정말 이렇게나 후려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감가율이 높습니다. 


특히 마린업체 횡포가 심합니다... 아무래도 거래가 뜸해서 그런지.. 미국보다 더한것 같아요.. 


연비는요? 역시 엔진이 크게 올라가는 만큼 많이 먹게 되있습니다.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레저 하면서 그정도 지출은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혹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배기량 차이로 인해 유류대 소모가 큽니다. 모두 선주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것이니까요.. 


물론 한 두번이야 좋은 추억 만드는데 돈을 쓴다 치지만.. 런칭회수가 늘어나면 상당히 부담이 가게 됩니다. 





    ( 야마하 SRV-17  건조중량 약 350 kg 입니다. )


일본 배들은 미국배와 다른 일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선폭이 한단계정도 좁게 빠지고.. FRP 적층 두께가 미국보다 얇습니다. 정확히는 얇아도 될 부분은 얇고 


꼭 두꺼워야 할 부분은 두껍습니다. 선체 보강도 딱.. 필요한 만큼. 전체적으로 가볍습니다. 


그래서.. 파도를 밀고 가는 능력이 미국배들에 비해 떨어지고 튀면서 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롤링도 좀더 심하구요.  가볍고 폭이 좁은 만큼 소형 엔진이 올라갑니다. 


실은 큰엔진이 올라가기엔 선미 부력도 떨어진다고 보는게 맞겠습니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배값이 저렴한 편이고 ( 신조했을때도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엔 그 폭이 많이 좁혀지고 있는 편입니다만 )


적은 엔진이 올라가니 엔진값도 싸게 먹힐 것이고.. 기름도 덜 먹겠죠.. 


이러한 + 요인 - 요인에 대한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택의 문제가 되겠지만.. 우선 왜 이런 특징이 생길까요.. 


저는 가장 큰 요인 두가지로 산유국이냐.. 아니냐.. 와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를 두고 싶습니다. 


국내에 비해 심하게 저렴한 가솔린... 엄청난 넓이의 땅덩이, 바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장된 시간적인 여유.. 


그만큼 다닐 곳도 시간도 많고 큰 엔진을 얹어도 경제적으로 덜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편하고 안정성을 소구하는 


소비자가 많았을 것이고 그것이 설계에 녹아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차를 보아도 그렇지요..

 

반면 산유국이 아니었던 일본은 사회 전만 모든 면에서 연료효율성이 탈것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이동거리도 그다지 보팅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내구성을 희생하면서 경량화에 주안점을 두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사례가 설명드리는데는 편하기 때문에 하나 더 적어보자면..


남태평양에서 참치잡이 하는 카약(?) 입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긴 하겠지만 





                              ( 뭐... 이런 이미지죠.. ) 


가늘고 길지요~.. 기럭지야.. 모자른 부력을 확보시키기 위해 길이가 길어지게 된 것이지만..


왜저래 위험천만한배를 타고 있을까요?


바로 가난해서지요.. 그나마 요즘은 1~3마력 사이 엔진을 달고 나오는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노저어 하는 경우도 많이 있구요. 엔진이 있어도 넉넉하게 휘발류 때워가며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일겁니다.


배가 가늘면 적은 힘으로도 나갈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카약으로 제법 멀리까지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과연 현시점에서 나의 위치는?  어느 라이프 스타일에 속하고 어느 정도까지 지출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중요한 점이 될 것입니다. 





지역적 특성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서해는 동중국해쪽에서 넘어오는 해류뿐이고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비교적 잔잔한 반면  동해 및 동남해 ( 부산포함 ) 쪽은 강한 해류가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영향이 적고  바다가 거친 편입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사실 고무/콤비의 경우 구조적 한계로 크게 개선이 안되지만 FRP의 경우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좀더 파도에 강한 깊은 헐을 가진 선체를 선호하게 되지요. 


일본의 경우 북해도쪽은 거친파도로 인해 와센(和船) 선수가 많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주쪽에서 타는 배들을 보면 선수가 높게 제작된 경우가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거친 파도에 대응하기 위함일겁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임진왜란시절 조선군의 판옥선은 바닥이 평평해서 

  

직진성은 낮았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매우 유리했고.. 일본의 세키부네는 그보다 헐이 깊다보니.. 간조때 매우 


애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일본은 그렇게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역이 없거든요..





이용빈도와 보관, 이동성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보팅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고무보트가 없는건 아니지만 360 미만의 소형 FRP보트가 많고 거의 카톱으로 운용합니다. 


이는 법규의 문제도 있구요.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일본의 현실.. 또한 슬로프가 적다보니 그런 탓일 수도 있습니다. 






                                     ( 일본의 대표적 카톱보트인 퍼펙터 입니다. )


위 배는 480 모델로 트레일링합니다만 13피트까지는 카톱이 됩니다.  거의 11피트 13 피트가 주종이죠. 


이 배를 다음 해보클럽 운영자 돌돔님이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한게 해양호입니다. 지금도 한참 카톱하고 다니시죠. 


13피트 급 모델은 9.8마력으로 움직이고 스펜카와 감속기를 이용해서 포인트에 정선.. 낚시를 합니다. 


9.8의 연비는 상당합니다. 게다가 Frp라.. 돌돔님은 부산에 계시고..직업의 특성상 개인적으로 시간을 


자주내실 수 있다보니 어디든 편히 자주 갈 수 있고.. 경제성등이 중요한 케이스 입니다. 


하지만 주차장에 여유가 있고 보팅하실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분들은 좀더 여럿이 편하게 보팅하시고 싶어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저런 카톱보트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무튼 카톱할 수 있는 차량을 별도로 운용해야 하고.. 여기도 번거로움은 비슷하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에이.. 그냥 트레일링 하고 말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주 무대와 목적


일반적으로 배스보트와 바다보트의 차이로 귀결됩니다만.. 


배스보트는 넓고 헐이 낮습니다. 넓은 데크를 깔구요.. 보통 의자가 하나 있죠?


자주 캐스팅 해야 하는 환경.. 호수가 주 무대가 되는 만큼 큰 파도가 없고 롤링을 없애는게 포인트가 됩니다.


엔진도 무지 세게 얹는 편이죠. 배가 그냥 날라갑니다. 







시원하게 달리지만.. 저러한 배는 파도한방에 골로 갈 수도 있지요. 


배스낚시는 잔잔한 곳에서 빠르게 포인트를 이동하며 안정된 캐스팅을 위한 보트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배도 있죠. 






경주용 쌍동선입니다. 심하게는 1,000 마력 이상의 엔진이 얹혀지고 KTX 보다 빠르게 달리죠..


쌍동선형 및 긴 선체로 인해 엄청난 직진 안정성을 갖습니다.  빠르게 가기 위한 목적을 가진 보트지요.. 


경기에 우승했을 때 엄청난 상금이 있다면 한번쯤 타보고 싶습니다. 이 보트에 안락함을 바란다는 건 무리겠죠..  




결론..


이번주에 또 한편을 끝을 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끊습니다만.. 


아마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배를 보고 우와.... 하거나 이건좋네 나쁘네.. 단정지을것이라기 보다는


왜 이 배는 이렇게 생겼을까.. 어떤 주행을 할까..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나에게 맞을까.. 


배의 탄생에 관련된 철학을 이해하고 그것을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거지요.. 


내게 꼭 맞는 배가 없다면.. 내가 어디까지 맞추어 주어야 할지.. 내가 이 배를 오래 운용할 수 있을지.. 


장단점을 파악하여 나에게 맞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  겸손한 태도로 남의 배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식견.. 


오래 만족하면서 보팅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 감사드리며 다음편에서는 말씀드렸던 롤링 및 기타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좀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째 좀.. 부족한 글인것 같은데.. 나중에한번 더 다듬어 볼 수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5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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